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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테크가이드
 






정상속 씨는 자신이 소유하던 부동산이 8년 전에 수용되면서 50억 원을 수령하였다. 이돈을 본인 명의의 예금으로 예치해두면 이자소득이 일정 금액을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은행 측의 설명을 듣고, 고민 끝에 가족들 명의로 분산하여 정기예금에 넣었다.



가족들 모두 소득이 충분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정상속 씨가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하였고, 아들인 정고민 씨는 상속세 신고를 준비하였다. 정고민 씨는 이 차명예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세무사로부터 사전증여나 상속재산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는데….



예금 명의를 차명으로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불법이다. 2014년 11월 29일부터 시행된 개정「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반드시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금융회사의 임직원에게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차명예금에 대한 규정이 강화된 「금융실명법」 때문에 차명예금을 사용하려는 사람이 많이 줄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차명예금이 아직도 존재하는 이유는 본인의 재산을 누락하여  종합소득세나 상속세 등의 세금 문제 등을 회피하려는 이유가 가장 크기 때문에 국세청에서는  이러한  차명재산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해의 이자소득과 배당소득(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넘으면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여 신고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기본적인 금융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은 14%(지방소득세 별도)이고, 종합과세가 되면 5~38%의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넘을 정도의 예금 잔액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세금을 많이 내느니, 차라리 타인 명의로 예금을 분산하여 운영하면서 국세청의 행정력이 본인에게는 미치지 않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액의 차명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첫째, 명의자의 직업, 연령, 재산이나 소득에 비하여 지나치게 예금 잔액이 많은 경우에 국세청은 예금 출처를 조사하여 근거에 따라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



둘째, 차명예금은 자금을 이체하는 순간을 기준으로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 셋째, 차명예금임을 인정받더라도 본인의 금융재산에 합산되어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종합소득세가 추징될 수 있다. 이 경우 본인의 종합소득이 증가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이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차명예금이 국세청에 적발되었을 때 발생하고, 적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국세청 전산망을 통한 재산 분석이나 소득 탈루를 적발하는 시스템이 매우 정교하기 때문에 거액의 차명예금은 애초부터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명의자들의 재산이나 연령, 소득 등이 충분하여 지금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도, 정상속 씨처럼 피상속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상속세 세무조사 과정에서 차명예금은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정상속 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정 씨는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 수용되면서 수십억원의 자금이 생겼다. 자기 명의로 운용했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이 많은 것이 싫어서, 가족들 명의를 동원하여 차명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였다.








그러던 중 상속이 발생하였고 가족들은 차명예금에 대해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였다. 문제는 상속세이다. 정고민 씨는 차명예금은 이미 오래전에 분산되어 있었고, 정기예금도 만기가 되어 다른 가족들 명의로 복잡하게 이동했기 때문에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국세청이 추적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속세 신고 이후에 국세청에서 상속세 세무조사를 시작하면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10년 동안의 모든 계좌 거래 내역을 조회하여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 과정에서 계좌 이체나 차명재산이 없는지 검증하고, 사전에 증여된 내역이 없는지를 살펴본다.



정상속 씨가 부동산을 매각한 지 10년이 되지 않았고, 그 매각대금이 거액이었다.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가족들 명의로 정상속 씨의 계좌에서 입출금을 한 횟수가 매우 빈번하였다. 기대와는 달리 정고민 씨는 세무사로부터 세무조사 과정에서 그 입출금 내역에 대해  모두 증여로 과세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부동산 매각 이후의 자금 흐름에 대해 소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칙적으로 국세청에서는 가족들 간의 입출금을 모두 증여로 보아 과세할 수 있다. 만약 이 모든 내용을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한다. 차라리 차명예금으로 상속재산에 포함하는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결국 세무사는 상속세  신고 단계에서 차명예금이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상속재산에 포함하여 자진 신고를 하도록 적극 권장하였다.



상속인들이 생각하기에도 상속세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해당 입출금 내역 사유에 대해 별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차명 관리를 통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였으나, 이를 상속 과정에서 모두 차명예금으로 인정한다면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분산 처리했던 금융소득 또한 모두 정상속 씨의 소득으로 보아 지난 5년간의 종합소득세를 모두 수정신고를 해야 하며, 수정신고 시 미납세액에 대한 무신고가산세 20% 등을 포함해 추가납부를 해야 한다.